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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조기 축구

새로운관심 2018. 9. 22. 18:36
아들과 아침에 축구를 하러 갔다.  아들은 새로산 축구화가 며칠전 부터 싣고 싶었는데, 학원 땜에 비가 와서 이래저래 시간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 토요일에 일찍 일어나자 마자, 새로산 축구화를 싣고 운동장으로 향했다.  아침공기가 상쾌하고 시원하다.  완연한 가을이다.  원래 자전거 라이딩을 하려고 했는데, 아들 성화에 라이딩을 미루기로 했다.  잠실고등학교 운동장에 들어서니 어제 내린 비로 촉촉히 젖어 있고,  군데 군데 물 웅덩이가 가을 하늘을 비추고 있었다.  그래서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눈을 돌려 멀리 핸드볼장을 보니 아빠와 아들둘이 와서 축구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도 저기로 가자 하고 갔다.  먼저 온 팀의 반대 골대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핸드볼장은 아스팔트 패드 같은게 깔려 있어서 흙탕물은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물기가 여전이 남아있고, 여기도 군데군데 고인 물이 있어서 좀 불편했다.

 

하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어서 신발과 옷을 젖을 각오를 하고 공을 찼다.  아들이 축구에 푹 빠져서 한창인데, 감아차기를 한다고 한다.  아직은 미숙하지만 그런대로 봐줄만한 실력이다. 내가 골키퍼를 하고 아들은 킥을 날렸다. 
날아오는 공을 막으려니 문득 군대시절 축구하던 생각이 났다.  그때는 무조건 신입 이등병이 골키퍼, 고참 병장은 공격수 이런식으로 포지션이 정해졌다.  그때는 일과시간만 끝나면 꼭 축구 한게임씩 해서 승부를 가르곤 했다.  처음 이등병때는 참 곤욕이었다.  불편한 활동화를 싣고 축구를 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하기야, 그때는 활동화도 내가 훈련소에서 받은 새 신발을 싣는게 아니었다.  내부반에 활동화는 공동으로 관리하면서 좋은거는 고참이 먼저 차지하곤 했다.  그리고 일부 고참들은 사비를 털어서 축구화며 운동복을 사 입었다.  일면 사제를 사용했다.  물론 이등병한테는 언감생심이었다.  이런 사제를 이용하려면 적어도 상병 고참이 되어야 했다.  다행이도 바로 한달 고참이 생활체육과 다니던 분으로 운동을 좋아했고, 상대적으로 축구를 못한 나에게 개인지도를 해줬다.  킥 차는 거며, 헤딩하는것 하나하나 세심하게 가르쳐 줬다.  다른건 어느정도 되는데, 헤딩이 잘 되지 않았다.  안경을 끼고 있으니 헤딩을 할때 안경에 맞을까봐 겁이 나서 과감하게 할 수가 없었다.  수차례 연습을 하다가 아무래도 안될것 같아서 헤딩하는 것은 포기했다.  그래서 지금도 헤딩을 하지 못한다. 

 

축구를 할때는 그래도 내기 축구가 재미있다.  내무반에서 두편으로 갈라서 다양한 내기를 했다.  여름에는 아이스크림 내기, 때로는 식사후 식기 닦기,  휴일에 모포털기, 제초작업 등 그야말로 내기의 종류는 끝이 없었다.  적당히 고참의 눈치를 보고 아부축구도 하고 때론 강한 슛도 날리는 의미있는 축구를 했다.  당시에는 힘들기고 재미있기도 한것이 지금은 한데 뭉쳐서 아련한 추억으로 기억된다.  뭐든지 지나고 나면 추억이 되는 것인가 보다.
아들이 날린 슛을 막지 못해 골을 먹을때는 오히려 통쾌했다.  이게 아빠의 마음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공으 골대 뒤로 달아나서 찾으러 갈때도 힘든 줄을 몰랐다.  화단쪽에 나무와 수풀이 우거져 있어서, 비온 뒤의 이슬과 엉킨 나뭇잎은 어김없이 나에게 물기와 서늘함을 토해냈다.  거기에는 개방학교로 지역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라고 팻말도 우뚝 서 있었다.  정말로 학교들은 개방이 되어 지역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넓은 부지가 오로지 교육용으로만 이용한다면 공간의 효율적인 이용이 될 수가 없다.  이렇게 반복적인 슈팅과 키퍼의 방어훈련을 하다보니 아들의 실력이 차츰 차츰 정교해 지는 것을 느꼈다.  아들은 호날두 보다는 메시가 더 좋단다.  꾸준한 인기와 수비를 5명씩이나 제키고 골인까지 하는 면이 맘에 드나 보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작은 체구에 그렇게 발빠른 제간이 나오는게 놀랍도록 감동을 주는가 보다. 

러시아 월드컵 이후 아들은 축구에 푸욱 빠져 있다.  그래서 축구선수가 되고 싶단다.  그 나이에 충분히 그럴수 있다.  한번 생각해 보면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해서 돈을 벌고 생활한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축구만 하더라도 우리 일반인들은 축구를 취미로 재미로 하지만, 축구선수들을 재미에 노력과 열정 간절함을 더해서 최고의 선수가 되고 인기절정을 누리고 연봉도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받는다.  취미와 재미로 하는 축구는 내 시간과 노력을 별도로 들이고 때로는 돈도 투자해야 한다.  하지만 선수가 되었을때는 그것이 바로 직업이므로 별도의 시간이나 돈을 투자한다는 개념이 아니다.  그냥 공을 차는 것 자체가 직업이요 수익을 안겨다 주는 것이다.  그래서 뭐든 제대로 몰입하고 간절하게 하면 그게 스스로를 최고로 만들고 영웅이 될 수 있고 스타가 되는 것이다.  절실함과 열정을 가지고 하면 뭐든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연습하는 골대쪽은 고인물이 더 많았다.  반대면 3부자가 하는쪽은 물기가 거의 없었다.  한참을 차고 있는데, 3부자가 집으로 향했다.  이때다 싶어 그쪽으로 자리를 옮겨서 연습을 했따.  그쪽은 골대 뒤에 쇠로 된 벽이 있어서 공을 주으러 가는 수고를 할 필요까지 없었다.  그래서 내가 편하고 좋았다.  한참을 신나게 볼을 차고 잼나게 보냈다.  그러자 서서히 체력이 방전되는 느낌이 팍팍 왔다.  아들에게 가자고 하니까 더 하고 싶단다.   그래서 또 한참을 차고 또 찼다.  힘든 들지만 재미는 있었다.  이렇게 수차례를 더 하고야 오늘의 연습을 끝낼 수 있었다.  오는 길에 아쉬운지 아들은 촉촉히 젖어 있는 운동장에서 하이라이트 기술을 선보인다며 혼자서 드리블 하고 뛰어 다녔다.  그저 놀라울 뿐이다.  저 정도 나이니 체력은 끝이 없고 힘이 넘쳐나나 보다.  그리고 발재간이 좋았다.  서서히 아들이 부러워졌다.  문득 생각이 드는게 "젊음이 재산"이라는 것이다.  너무나 값지고 빛나 보였다.  젊음이라는 것은 되돌릴 수 없는 것이기에 부럽고 더 가치가 있는게 당연하다.  과학의 발달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타임머신을 개발한다면 정말 세상 부러울게 없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지나간 젊은 시절을 추억하고 현재의 젊은 세대를 부러어 하지 말자.  차라리 어쩌면 오늘이 내 남은 인생에 가장 젊은 날임을 기억하고, 이 가장 젊은 날을 열심히 열정적으로 힘차게 살아가 보자.

 

축구를 하고 집에서 축축히 젖은 신발를 볕이 드는 베란다에 말렸다.  그리고 시원하게 씻고 나서 토요일 휴일의 여유로운 아침 식사를 했다.  정말로 꿀맛이었다.  이 꿀맛은 아침 일찍 일어나서 운동장에서 공을 찬 대가임이 틀림없다.  이러한 아침의 활동에 대한 눈부신 꿀맛의 보상은 하루의 새로운 힘을 제공한다.  오늘 뿐만 아니라 자주 밖에 나가서 볼을 차면서 아들과의 정도 한겹두겹 쌓는 추억을 만들어가야겠다.  오늘 이 소중한 시간이 추억으로 거듭남을 감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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