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를 드리고 날씨가 좋아서, 교회 셔틀을 타지 않고 걸어가기로 했다.
정말로 이런 날씨를 맞이하는건 요즘은 쉽지가 않다. 걸어가는데 청담동에서 이전한 JYP 건물이 보였다. 엔터테인먼트 건물인 만큼 세련되고 멋지다. 이 건물의 트레이드마크는 빠알간 커피잔이다. 건물 컨셉을 잘 잡았다. 걷기에 무료한 느낌이 들어 테이크아웃 커피를 사 가기로 했다. JYP 바로 맞은편에 Paul Basset 커피숍이 보였다. 여기서 커피를 테이크 아웃 하기로 했다. 일명 '풀밭에'^^라고 내가 부르는 브랜드이다. 풀밭에는 어떤 브랜인가 궁금해서 지식인을 검색했다. 그랬더니 일본인 히로노부가 2003년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호주출신 폴 바셋과 함께 공동으로 창업한 카페라고 한다. 특히 이곳은 에스프레소 맛이 좋기로 유명하단다. 여기의 에스프레소는 오랜 시간 천천히 정성스럽게 로스팅한 커피콩을 이용하며, 다른 곳보다 양이 조금 적은 대신 더 찐한 것이 특징이란다. 직접 생두를 로스팅해 커피를 만드는 자가배전식이란다. 그리고 산화방지를 위해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커피콩을 로스팅해서 신선도를 유지한단다.
이 풀밭에서 커피를 받아들고 올림픽공원으로 질러 가기로 했다. 공원으로 들어서기 위해 작은 다리를 지나는데 다리 밑으로 흐르는 성내천에는 물고기들이 열심히 먹이질을 하고 있었다. 공원안으로 들어서니 공기가 훨씬 더 신선하고 상쾌했다. 가을에 콧속으로 슬금슬금 들어오는 풀향기는 또 새로움을 더한다. 여름의 풀향기와 확연히 다르다. 좀더 구수한 맛이 있다. 걷다보니 밤나무들이 많이 보였다. 벌써 밤송이들이 땅에 떨어져 입을 딱 벌리고 알밤을 토해낸 흔적이 역력했다. 혹시나 해서 밤나무 밑으로 가 보았다. 역시나 게으른 나에게 알밤들이 기다려 줄리가 없었다. 옆에서 초등학생 저학년으로 보이는 남자애가 아빠를 애타게 부르고 있었다. 니네 아빠 어디갔냐고 하니까, 밤 주으러 저기 언덕배기에 올라갔단다. 바라보니 언덕이 숲으로 꽉 차 있었다. 저 속에 들어가면 알밤을 많이 주울 수도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밤을 생각하니 어릴때의 생각이 난다. 어릴때 산골짝에 밤나무가 꽤 많이 있었다. 물론 우리 선산이고 밤나무는 아버지가 심으셨단다. 그리고 밤나무 밑에는 개울이 흐리고 있었다. 가을에 누렇게 벼가 익을 무렵에 거기게 가서, 개울에 두손을 담가서 끌어모으면 수북히 알밤들이 이끌려 나왔다. 마치 갈퀴로 알밤을 끄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렇게 해서 주은 밤을 생밤을 까서 먹기도 하고, 구원서 먹기도 했다. 구워서 먹을 때는 소죽 끓일때 소죽을 다 끓이고 난 아궁에 알밤을 묻어두고 20여분 지나면 다 익는다. 특히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은 알밤을 공기구멍을 내지 않고 그냥 집어 넣으면 익는 열기에 알밤속의 공기가 팽창되어 폭발할 수 있다. 그러면 알밤 알이 달아나 찾을 수도 없고, 심지어 산산조각이 나기도 한다. 그래서 알밤을 아궁에 구울때는 꼭 공기구멍을 틔워나야 한다. 그때의 알밤의 추억을 생각하니 기분이 즐거워진다.
공원 산책길에는 여러가지 나무들이 많이 있다. 특히 잠실의 상징인 뽕나무도 많이 조성되어 있다. 수령이 꽤 오래된 듯한 나무들이 즐비하다. 그리고 한켠에는 무궁화들이 종류별로 심겨져 있다. 여름이 지나 꽃잎은 시들고 있지만 나라꽃을 사랑하는 마음이 듬뿍 배여 있다.
저기 앞에서 꼬마애가 앙증맞은 손으로 핸폰을 잡고 뭔가를 촬영하고 있었다. 옆에는 엄마와 할아버지가 같이 서서 웃고 있었다. 아마도 외할아버지와 딸의 관계인갑다. 몇걸음 가서 자세히 보니 바로 앞에 꿩이 있었다. 참 도심속에서 꿩을 보니 신기하다. 꼬리와 색깔이 화려한 것을 보니 수컷 '장끼'였다. 동물들은 대체로 수컷들이 화려하고 이쁘다. 본능적으로 짝짓기를 위해서 자기 씨를 퍼뜨리기 위해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그렇게 수컷들이 화려하게 변했다고 한다. 꿩은 암컷은 까투리라고 한다. 꿩은 아침에 일어나면 꿩소리를 듣는다. 올림픽공원에서 집이 가까워서 인지 공원에서 먹이질 하러 성내천을 따라 우리집 근처까지 온다고 생각했다. 그 꿩을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하니 너무 기뻣다. 나도 핸드폰을 꺼내서 동영사을 촬영했다. 그리고 사진도 찍었다. 꿩은 제주도에 많이 서식한다고 한다. 그래서 제주도에 가면 꿩요리를 맛볼수 있단다. 제주도 만큼 많지는 않지만 내가 살던 시골에서도 꿩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꿩은 사냥꾼에게 쫓기어 지쳐서 도망가다가 힘이 빠지면 머리만 숲속에 쳐박는다고 한다. 지 눈에 사냥꾼이 안보이면 무사하다는 착각에서 그렇게 한다고 한다. 그게 사실이라면 얼마나 어리석고 한심한가 생각을 한다.
어릴때 초등학교 3학년때 초겨울이었다. 학교 갔다 오는 길에 그때는 지름길로 다니는 경향이 있었다. 눈에 추수를 다하고 들판이 비어 있으면 굽이굽이 돌아서 가는 길보다는 똑바로 집으로 가는 들판을 가로질러 갔다. 이런 행로는 누구나 다 하는 방식이었다. 하루는 당번을 마치고 친구들도 먼저 하교한 길을 투덜투덜 걸어 오는데, 빈 논 한가운데에 꿩 한마리가 누워 있었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면 죽어 있었다. 그래서 이게 웬 횡재냐 하며 주워 온 기억이 난다. 지금은 자연보호 때문에 근절되었지만, 그 당시에는 꿩을 잡기 위해 꿩 먹이에 싸이나 라고 하는 약을 묻혀 들판에 뿌려놓아 꿩을 잡는다고 했다. 그래서 그렇게 꿩을 잡으면 싸이나란 독이 있어서 꿩의 내장을 다 제거하고 꿩을 요리해 먹는다고 했다. 암튼 그렇게 해서 그날은 꿩요리를 맛 볼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고, 그 꿩을 먹는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어쨋거나 그러한 것은 이제는 추억으로 각인될 뿐이다.
꿩을 보고 있으니 그런 생각이 났다. 그리고 벤치에 앉아서 쉬고 있는데, 까치가 저쪽에서 먹이활동을 한다. 참 기특하다. 사람도 겁 안내고 잼있게 거닐고 있다. 벤치에서 과자 부스러기 등 간식을 먹고 있었는데, 하나를 던져주니 넙죽 받아 먹는다. 그리고 일어나서 걸어가면서 뒤를 돌아보니 우리가 머물던 자리게 까치가 와서 두리번 거린다. 아마도 우리가 먹다남은 음식 찌꺼기를 찾나 보다. 그럴줄 알았으면 좀 남겨두고 올걸 그랬나 후회했다.
한참을 가노라니 복숭아 나무가 있었다. 자세히 보니 일반 복숭아 나무가 아니라 까투리 복숭아 였다. 과일 크기도 자두 정도 크기이고 맛도 많이 쉰걸로 기억한다. 어릴때 여름날 산으로 다닐때 산속에서 만나는 까투리 복숭아는 쉬지만 그래도 맛있는 간식이었다. 물론 그 복숭아는 벌레가 많기로 유명하다. 잘익은 까투리 복숭아를 반으로 딱 가르면 안에 벌레가 꼬물꼬물 거렸다. 벌레를 제거하고 먹는 맛은 꿀맛은 아니라도 산속에서의 허기를 채울 수 있는 보약과 같았다. 그런 추억이 있어서 떨어진 까투리 복숭아를 몇개 주워와서 집에 와서 먹어 봤다. 입맛이 변했는지 옛날과 같은 맛은 나지 않는다. 그래도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좋은 촉매제 였다.
이렇게 일상에서 소소하게 산책을 통해서 추억을 끌어내고 영혼을 살찌우는 좋은 시간을 허락해준 공원 산책로게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