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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융프라우를 보내며....

새로운관심 2018. 11. 12. 18:03
융프라우의 그 장엄함과 웅장함을 보고 하산을 했다.  물론 걸어서 갈 수는 없기에 또다시 기차에 올랐다.  정상에서의 그 당당함과 상쾌함 그리고 등정했다는 뿌듯함이 주는 희열은 좀처럼 사그라 들지 않아서, 간단히 맘속 저편에 쑤셔 박고서야 내려갈 수 있었다.

융프라우를 내려오면서 울창한 숲뒤로 그 위풍을 도저히 감출 수 없어 삐져나오는 웅장함은 다시한번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어떻게 저런 멋진 장면이 나올수 있을까?  정말 자연의 웅장함은 최고의 예술품이고 명품이다.  구름보다더 더 높은 더 콧대는 정말 인정해 줄만한 위용이다.

저기 아래에는 햇살이 배시시 쏟아지는 마을에는 평화로움이 조용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덜커덩 거리는 우리가 탄 기차가 평화로움을 훔쳐가진 않을까 더 조심스럽게 브레이크를  밟으며 미끄러져 내려간다.

철길옆에 있는 집들의 지붕은 단단히 고정해 놓았다.  여기는 사람이 사는 집이 아니란다.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사람이 사는 집은 굴뚝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여기는 재설장비나 농기구 등을 보관하는 창고라고 한다.  천만다행이다.  시끄럽게 할까봐 조심스러운데 말이다.

고지대 지형이라 그런지 일괄적으로 빽빽하게 나무가 우거진 것은 아니다.  경사도에 따라 서식하는 종류가 다양하다.  즉 지형에 따라 서열이 정해진 순종의 삶을 사는 것 같다.  어떤 나무는 벌써 단풍이 든다.  같은 공간에서 푸르름을 맘껏 발산하는 나무가 있는가 하면 정말로 자유롭고 개방적인 삶이다.  인간사에도 서로들 눈치보지 않고 하고픈대로 하면 얼마나 좋을까?

이쪽편 창으로 보이는 배경은 저기 설산 봉우리 위에서 구름이 퍼져 나간다.  우리가 정상에서 봤을때는 안개와 같은 것이 보는 위치에 따라 구름이되고 안개가 된다.  구름과 안개의 명칭을 정한 것은 우리 인간들이다.  그 명칭이 무엇이건 간에 그 존재는 그저 그곳에 있는 것 뿐이었다.  저 위대함에 대해 스스로의 잣대로 정의하는 인간들의 얄팍한 시선이 부끄럽다.

우리의 기차는 레일이 휘어진 곳에서 앞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리가 어느 위치에 탔는줄을 몰랐는데,  기차의 앞부분을 보고나서야 우리가 기차 꼬리에 앉아 있음을 깨달았다.  기차의 색깔은 주변에 맞게 바지는 초록색을 입었고, 윗도리는 노랑색을 입었다.  마치 조용히 눈에 띄지 않게 위장술을 하고 뭔가 큰 게릴라 작전을 하려고 하는 모양같다.  그러면서 때론 요란하게 땡그랑 땡그랑 덜컥 거리며 비탈길을 잘도 내려간다. 

기차가 올가가거나 아니면 기차가 내려가거나 전혀 아랑곳 하지 않고, 머리를 쳐 박고 열심히 하루 할당량을 채우려고 안감힘을 쓰고 있는 양떼들이다.  양들은 전혀 얘기를 하지 않는다.  그저 침묵으로 묵비권을 행사하며 주어진 본분을 충실히 이행할 뿐이다.  그게 바로 내 숙명이다 하는 것 같다.  양들을 보고 있노라니 세상 부러울게 없다.  아무런 근심걱정 없이 열심히 풀들과 씨름만 할 뿐이다.  하지만 세상의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이 왜 근심걱정이 없을까?  이 풀을 다 뜯으면 저기로 가야하고, 저기로 하면 또 어떤 맛난 풀이 있을까 고민도 해야하고, 밤이 되면 밀려오는 추위와 늑대 울음소리의 공포로 부터 몸살을 앓아야 한다.

저 넓은 산자락에 목장을 만들고 마을을 만든 것은 알프스인의 지혜와 힘이다.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우리는 주변의 땅들을 논이나 밭으로 개간하여 철저하게 자연으로부터 더이상 침범하지 못하도록 선을 딱 긋고 경작을 한다.  마치 원래부터 내것인양 말이다.  그러다가 요즘은 도시화 고령화로 인해 산간농지에 대해서는 경작을 하지 않음으로 다시 자연으로 돌려준다.  아니 백기를 들고 항복을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산자락을 내려와서 기차를 갈아타며 다시금 저기 설산을 올려다 본다.  아직도 거기에는 구름이 머물고 있고,  설산을 이제는 땅이 아닌 하늘로 올리기 위해 설득중이다.  이제는 그 큰 웅장함이 하늘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마땅히 하늘로 양보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산을 내려와서 큰일을 했냥 뿌듯함과 당당함을 머금고 간만에 한식당에 갔다.  메뉴는 된장찌개다.  한그릇 뚝딱 말아서 먹었다.  입안의 개운함을 남기기 위해서 미리 준비해간 볶음고추장을 소환했다.  역시 고추장의 힘은 대단하다.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하는 전어도 있지만,  넋을 잃은 입맛을 돌아오게 하는데는 고추장 만한게 없다.  이게 바로 한국의 맛이다.

배를 든든히 채웠으니 내 몸속의 신진대사를 위해서 그간 묵혀 있던 음식물 찌꺼기를 반납해야 했다.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화장실도 맘대로 들어갈 수 없다.  돈이 있어야 한다.  1스위스달러를 내야 한다.  안에가서 대변을 보던, 소변을 보던 불문한다.  출입구에서 떡 버티고 있다. 동전을 투입하면 히전문이 90도만 돌아간다.  한쪽방향으로만 돌아간다.  안에서 나올때는 반대편으로 반대로 돌리면 나올 수 있다.  대신 밖에서 안으로 반대방향으로 들어가는 곳은 막아 놨다.  괜찮은 아이디어다.  근데 화장실을 돈을 내고 사용하니 우리의 정서에는 안맞다.  그렇다고 그렇게 관리를 잘 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 화장실 관련하여 일행중 한분이 들어갔다가 큰일 보고 나오니 우리가 모두 가고 없어서 놀랐다고 한다.  우리는 버스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한분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가이드와 그 가족은 혼비백산이 되어 한참을 헤맨후에 간신히 찾을 수 있었다.  어쩌면 유료 화장실 때문에 빚어진 헤프닝이다.  그때 그분이 많이 놀라신것 같다.

우리로 치자면 시내 면세점에 들러서 필요한 것을 샀다.  딱히 살게 없어서 스위스는 칼이 유명해서 칼을 선물로 사기로 했다.  칼을 빨리 사고 아들과 같이 주변의 공원에 갔다.  잔디가 쫙 펼쳐져 있어서 더없이 좋았다.  특히나 아들은 요즘 축구에 한창 물이 올라 있다.  잔디구장에서 한번 뛰어 보고 싶다고 한다.  그래서 공은 없지만 혼자 이리뛰고 저리뛰고 고삐풀린 망아지 모양 달리고 달려 보았다. 

이곳은 원래 패러글라이딩 착륙장이란다.  하늘에서 마구마구 패러글라이딩이 쏟아진다.  마치 우박이 떨어지듯이 말이다.  저기 융프라우 쪽 활공장에서 타고 내려온단다.  참 멋있어 보인다.  하지만 굳이 내가 하고픈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다. 나는 그냥 보는 것으로 충분히 만족한다.  땅에서 발을 떼는 활동은 내 취향이 아니다. 

선물도 살거 다사고, 길잃었던 일행도 찾고서야 이제는 스위를 뒤로 하고 이태리로 출발하기로 했다.  가는길에 길가에 뿌려진 집들은 예쁘고 평화로워 보인다.  실제 현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한참을 가노라니 휴게소가 나온다.  화장실도 갔다가 사고픈것도 사란다.  물론 화장실은 유로란다.  대신 화장실 유료이용시 쿠폰을 준단다.  그 쿠폰으로 물건을 사면 할인을 해 준단다.  사실 물건을 사는 조건으로 화장실을 무료로 이용하는 격이다. 

소변기가 대체로 심플하다. 

동전을 넣고 이용하는 동전 투입구이다.

볼일을 보고 쿠폰을 들고 마켓으로 달려갔다. 

이 쿠폰을 들고 쿠폰보다 비싼 펜케익을 하나 샀다.

이것이 스위스에서의 마지막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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