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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짜장면", "난 짬뽕"

우리 가족은 아내와 아들, 그리고 나까지 3명이다. 아들이 어릴 때는 우리가 하자는 대로 했었는데, 초등학교 5학년이 되면서부터 자기주장이 뚜렷해졌다. 종종 외식을 하는데, 그럴 때마다 메뉴 고루는 문제 때문에 실랑이를 한다. "자기야, 빕스 가자. 빕스는 샐러드 바가 푸짐하고 야채가 맛있어서 좋아" "아빠, 오늘은 고기 먹고 싶어. 난 돼지갈비 먹을래"


이런식으로 아내와 아들은 자기주장을 하면서 쉽사리 결론이 나지 않는다. 결국은 둘 중에 1명이 양보하여 누군가의 승리로 끝난다. 아내는 아내대로 먹고 싶은 것이 있다. 그리고 아들은 아들대로 먹고 싶은 것이 있다. 먹는 것이 사람의 오복 중에 하나라고 했으니 자기주장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3명의 가족끼리도 이렇게 자기 목소리가 나오는데, 수십명부터 수백만 명의 고객이 있는 회사의 경우에는 같은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반응이라도 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 회사는 신용카드사로 회원들이 천만명 가까이 된다. 고객 수가 많은 만큼 각기 다양한 의견들이 고객의 소리(V.O.C)로 접수된다. 고객들의 반복적인 의견이나 불만이 접수되면 업무 개선을 통해 불만을 없애고 만족으로 이끌고 있다. 한번은 이런 내용이 있었다.

"홈페이지에 로그인하면, 첫 화면에 최근 사용 내역이 뜨면 좋겠다. 그리고 해당 월의 최종 결제 예정금액이 노출되면 좋겠다"는 의견이 올라왔다. 내부 검토 후에 고객의 의견을 받아들여 이러한 내용을 홈페이지 화면에 반영했다.

직접 이용한 고객들을 모니터링해 보니 "나만을 위한 화면이고, 가장 최근 사용내역이 실시간으로 뜨서 좋다. 그리고 해당 월 결제 예정 금액을 확인할 수 있으니 소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 그런데 일부 고객들은 "스마트폰 어플로도 볼 수 있는데, 로그인을 했을 때 갑자기 최근 승인 금액과 결제 예정 금액이 뜨서 지하철에서 옆 사람이 엿볼까봐 불안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지하철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각자의 스마트폰에 몰두하지 주변 사람을 기웃거리지는 않는다. 설사 주변 사람이 엿본다고 하더라도 최근 사용 내용과 결제 예정 금액은 민감한 정보도 아니다. 그래서 바뀐 홈페이지 화면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홈페이지 화면을 개편했을 때 이를 반기는 고객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고객도 있다. 개편의 취지는 고객 편의를 위해서 하는 것이다. 일부 고객은 로그인 하자마자 본인이 직접 조회하지 않았는데 첫 화면에 거래 내역이 나오는 것을 불편해 했다. 반면에 본인이 로그인해서 들어가는 화면에 거래 내역이 노출되니 편리하고 좋다는 고객도 있다. 정말 이런 경우에는 고객들의 개인 취향이 각양각색이란 것을 실감한다.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 불편이나 불만을 호소하는 고객에 대해서는 이해를 바란다는 양해를 구할 수밖에 없다.


출퇴그 시간은 항상 콩나물시루 같이 빽빽하다. 여름에는 냉방을 최대한으로 가동해도 사람의 열기로 인해 찜통을 피할 수 없다. 이런 경우를 두고 지하철을 '지옥철'이라고 부르는가 생각이 든다. 지하철이 정확한 시간에 맞게 운행한다는 장점은 있다. 이런 장점 때문에 많은 사람이 지하철을 이용하니 항상 복잡하고 미어 터지게 된다. 가끔 기관사의 안내방송과 함께 냉방을 끄거나 약하게 할 때가 있다. "승객 여러분, 승객님 중에서 춥다는 민원이 있어서 냉방 가동을 중단하니 많은 양해 바랍니다"라는 것이다.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냉방병으로 감기를 앓는 승객이 있을 수도 있다. 아니면 원래 냉방을 싫어해서 에어컨의 찬바람을 쐬면 두통이 오거나 오한이 오는 체질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하지만 더위를 많이 타는 승객들은 손부채를 하면서 얼굴이 울긋불긋 해진다. (다음에 계속)

※ 위 내용은 <1천명의 팬을 만들어라. 미다스북스. 안태용>을 저자가 타이핑하여 제공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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