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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 마태복음

노블레스 오블리주

우리 회사는 백화점에 카드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서 신용카드 신청 접수, 카드 교체, 재발급, 서비스, 포인트 등 각종 신용카드 업무도 도맡는다. 백화점에 쇼핑하러 왔다가 카드 업무를 볼 수 있으니 고객의 입장에서 참 편리하다. 카드 센터 데스크에서는 은행 객장처럼 직원들이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다 보니 더러는 고객들이 큰 소리를 치고 일명 '갑질'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한번은 우리 직원이 고객을 응대하고 있는데, 갑자기 볼펜으로 직원의 손등을 찍어서 심한 상처를 입었다. 그 때 직원은 아픈 것보다도 놀라워서 말문도 잃고 당황하고 있었다. 그 고객은 신고를 받고 온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다. 왜 그랬냐고 하니까 "그냥 답답하고 화가 나서 그랬다"고 했다. 참 어이없는 대답이었다. 우리 직원은 응급 치료를 하였으나 흉터는 남았다. 그 직원의 트라우마를 고려하여 내근직으로 부서이동을 해 주었다.

 

직원 개인으로서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엄청나게 충격적인 일을 겪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아무리 고객이 왕이라고 하지만 상햬를 가하는 등 불법을 저지르는 행태는 단절되어야 한다. 고객은 고객으로서 갖추어야 할 예의가 있다. 고객과 직원의 관계를 떤, 사람 대 사람의 관계라면 기본적인 예의는 지켜야 한다. 사람인 만큼 서로 인격적으로 존중해주고 인정해주어야 한다. 이런 믿음이 있는 전제에서 고객의 권리가 보장되는 것이다. 그 직원은 얼마나 놀랐고 충격을 받았겠는가? 한 집안에서 딸이요, 아내요, 엄마인데, 고객의 그런 행위로 인해 가정에 깊은 상처와 시름을 안겨줬다. 물론 모든 고객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질 나쁜 일부 고객들의 행동으로 인해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긴장과 스트레스를 받고 업무에 임하고 있다.

어는 백화점의 이야기다.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은 고객이 무릎을 꿇은 백화점 직원들에게 항의한 적이 있다. 고객은 7년 전 이 매장에서 귀금속을 구입했다고 한다. 귀금속이 망가지자 매장을 찾아와 무료로 수리해 줄 것을 요구했다. 직원은 본사 규정상 무료로 해 줄 수 없다고 했다. 직원의 서비스에 불만을 느낀 고객은 본사에 직접 항의했고, 결국 본사로부터 무료로 수리해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다음 날 매장을 찾은 고객은 직원들의 불만족스러운 서비스에 강력하게 항의했다. 고객의 소동으로 경찰에 신고까지 했다. 경찰은 고객이 직원들에게 반말을 하기는 했지만 욕설을 하지 않았고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무릎을 꿇은 데다 얼마 뒤 고객이 직원들에게 전화를 해서 사과했다는 이유로 책임을 묻지 않았다. 그러나 직원들은 정신적인 충격 때문에 그날 이후부터 휴가를 내고 출근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상품의 A/S 기간은 보통 1년이다. 그런데 7년 전에 산 물건이 망가지자 무료로 수리를 해 달라고 하는 것은 생떼가 아닐 수 없다. 일부 고객들의 심리에는 소리 지르고 윽박지르면 요구를 들어 줄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고객이 직원들을 무릎 꿇게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꿇었다는데 사실이 아닐 것이다. 직원들은 매장이 시끄러우면 지나가는 고객들에게 이미지가 안 좋아지고 매장의 매출에 영향이 있을까봐 노심초사한다. 또한 고객의 민원 문제를 빠리 해결하지 못하면 업무 미숙에 따른 업무 평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니 민원을 빨리 해결하기 위해 마지못해 무릎을 꿇었을 것이다. 이런 내부 사정을 잘아는 고객들은 이를 악용하여 본인이 요구하는 것을 받아낸다. 이런 경우를 진상 고객이라고 하는데 양심은 어디 뒀는지 모르겠다. 고객이 왕이라는 탈을 쓴 전형적인 갑질 행태이다.

고객들의 갑질 행위로 최근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일면 '라면상무'사건이다. 비행기 기내 서비스로 비즈니스석에 라면이 제공되는데, 본인이 원하던 라면 맛이 나지 않았다고 행패를 부린 사건이다. 상무라는 직책은 더 열심히 일해서 회사를 발전시키고 키워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일을 하라는 위치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직책을 업무라고 생각하지 않고 권력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니까 회사 밖에서도 "내가 누군데"하는 으스대는 습관이 나와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결굴는 도태의 길을 가게 되었다. 일반 직장인이 상무라는 자리까지 가기 위해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위 내용은 <1천명의 팬을 만들어라. 미다스북스, 안태용>의 저자가 직접 타이핑 하여 올리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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