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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라.

주변의 맛집 중, 줄을 서서 먹는 집이 있었다. 어느날 가보니 주인이 바뀌었다. 전 주인은 가게를 세를 얻어 장사를 했었는데, 장사가 잘 되니까 건물 주인이 직접 운영하겠다며 나가라고 했단. 똑같은 간판에 메뉴도 같았다. 그러나 맛은 전혀 달라졌다. 기존의 담백한 맛이 나지 않았다. 외관은 따라 했지만 정작 맛을 내는 비결은 따라 할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오는 손님도 뜸해졌다. 손임이 뜸해진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가족여행으로 강릉에 갔다. 지금은 동계 올림픽 영향으로 KTX와 고속도로가 뻥 뚫려서 빠른 시간에 오고 갈 수 있다. 몇 년 전에는 강릉에 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것도 승용차로 운전해서 가기에는 단단히 마음을 먹고 가야했다. 그런 쉽지 않은 여행인 만큼 숙소와 맛집을 미리 검색해 두었다. 가는 길에 대관령 목장도 들러 보고, 경포대와 낙산사, 오죽헌 까지 두루두루 둘러보는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많이 돌아다니면 시장기도 빨리 오는 법이다. 미리 검색을 해 놓은 맛집을 찾아 가기로 했다. 동해는 오징어가 유명하니 오징어 집으로 갔다. 식당 메뉴판에는 메뉴와 사진이 같이 표시되어 있었다. 그래서 메뉴를 선택하기도 한결 쉬웠다.

"주문할게요. 오징어 회와 오징어 수대 주세요. 오징어 순대는 통오지어 삶아서 하는거 맞요?"

"예, 손님. 맞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오징어 회는 젊은 시절 길거리에서 차를 세워 놓고 사먹었던 추억을 떠오르게 했다. 오징어 순대른 회사 주변에 오징어 전문점이 있는데 그 식당에서 맛있게 먹은 기억이 떠올랐다. 기다리는 동안, 통오징어를 삶아 가지런히 썰어서 담아 놓은 메뉴판 사진이 우리의 군침을 당기게 했다. 먼저 오징어 회가 나왔다. 초고추장에 찍어서 입안에서 씹는 맛은 동해바다의 싱싱함을 그대로 품은 듯했다. 오징어 회를 다 먹고 한참을 기다리니 오징어 순대가 나왔다. 접시에 담긴 오징어 순대는 내가 기대했던 모양이 아니었다. 그냥 동그랑땡 같은 오징어 전이었다.

"이게 오징어 순대 맞습니까?"

"네. 손님, 맛있게 드세요"

"아니, 메뉴판 사진에는 통오징어를 삶아서 썰어 놓은 모양이잖아요?"

"아. 그거요. 예전엔 그렇게 하다가 힘들어서 지금은 오징어 전 방식으로 합니다"

"근데, 주문할 때는 통오징어를 삶아서 하는 거라고 했잖아요?"

"아. 그랬나요? 아무튼 이거가 그거나 오징어니까 맛있게 드세요"

참 어처구니가 없었다. 더 따질수도 없었다. 나는 어딜 가더라도 요모조모 따지는 편은 아니다. 대신 내 마음에 안들면 '다믕에 오지 말지 뭐' 이러고 만다. 그렇게 황당한 경우은 또 처음이었다. 가족끼리 재미있게 하는 강릉여행의 즐거움이 오징어 순대 하나 때문에 한꺼번에 다 달아났다. 그러면서 마음 먹었다.

"내가 이 식당에 두번 다시 오나 봐라"

아마 비슷한 경험을 누구나 한두번쯤은 했을 것이다. 손님이 식당에 무료 시식을 하러 간 것이 아니다. 시간을 투자하고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며 사먹으로 간 것이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준비를 다하고 의무를 했다. 이에 반해 식당에서 메뉴판과 다른 음식을 제공하면 기만이거나 의무를 다하지 않는 거이다. 그것도 죄송하다는 사과도 없이 '이미 나왔으니 어쩔수 없다. 그냥 먹어라'는 식은 고객을 우롱하는 것이다. 고객을 거지보다도 못하게 취급하고, 고객의 귀한 돈을 쉽게 가져 가겠다는 심보다. 고객의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기 위해서는 그만큼 정성을 다하여 고객이 원하는 음식을 제공해야 한다. 음식은 대충대충 만들면서 메뉴판에 기재된 금액을 다 받는 것은 횡포다. 이런 식당을 누가 좋아할까? 그리고 고객을 먼저 생각하는 마인드부터 길러야 한다.

                     (하편에 계속 됩니다)

[위 글은 <1천명의 팬을 만들어라.안태용>의 내용을 저자가 타이핑 하여 올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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