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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겨울밤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할머니의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웠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늑대와 귀신이 무서워서 화장실을 못 가고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할머니의 이야기처럼 스토리가 전개되면 그 속으로 푹 빠진다. 이야기는 설득을 하기 쉽고 내 편으로 만들기 쉽다. 나라마다 신화가 있고 설화가 있다.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가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사람들은 그것을 사실로 믿고 자신들과 연결해서 의미를 부여한다. 신화나 설화는 자체에 매력이 있고 사람들을 빠져들게 한다. 이러한 이야기를 요즘은 마케팅에 이용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난 1789년의 일이었다. 신장결석을 앓고 있는 레세르 후작이 알프스의 작은 마을 에비앙에서 요양을 하고 있었다. 후작의 병은 큰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마을의 한 주민이 "이곳에서 나오는 지하수가 몸에 좋으니 한번 마셔 보십시오" 하며 후작에게 '에비앙'의 지하수를 권했다. 후작은 주민의 말대로 에비앙 지하수를 매일 꾸준히 마셨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놀랍게도 후작의 신장결석은 씻은 듯이 나았다. 후작은 자신이 마신 물이 어떤 물이기에 몸을 낫게 하는지 궁금했다. 물의 성분을 분석해 보았다.
그 결과 깨끗한 눈비가 얼고 녹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미네랄이 풍부한 물로 정화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에비앙 지하수에 미네랄이 풍부하다는 연구 결과가 퍼지자, 이곳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에비앙 지하수가가 솟는 땅의 주인인 캬사는 자신의 이름을 붙인 'Cachat Spring'이라는 상품을 만들었다. 단순한 물이 아닌 '약효'가 있다고 에비앙 지하수를 상품화했다.
1879년 에비앙 지하수는 맑고 건강한 물로 증명되어 프랑스 정부의 공식 승인을 받았고, '에비앙'이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으로 판매되었다. 후작이 걸렸던 신장결석은 신장 내부의 요도에 결석이 생기는 병이다. 결석은 소변 속의 무기물이 응고된 것이기 때문에 수분을 많이 섭취해 소변을 자주 배출해 주면 낫는 병이다. 후작이 완치될 수 있었던 것은 에빙의 효능이 아니라 어떤 물을 마셨어도 나았을 것이다.
하지만 에비앙은 단순한 물이 아니라 미네랑이 풍부한 약수라는 것을 강조했다. 또한 후작이 신장결석을 완치한 스토리릉 내세워 시장에 판매하였다. 이야기를 내세운 전략은 사람들의 놀라운 관심을 받았고, 에비앙은 세계적인 사먹은 물의 왕좌에 올랐다. 에비앙에 후작의 신장결석 완치 스토리가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해마다 11월 11일이 되면 마트나 편의점에서 빼빼로를 산더미 같이 진열하여 판매한다. 나도 이날이면 직원들에게 빼빼로 과자를 선물하고, 받기도 한다. 이날 만큼은 서로 빼빼로를 먹으며 흐뭇해 한다. 뿐만 아니라 퇴근할 때는 아내와 아들 몫으르도 빼빼로를 시간다. 아들은 "아빠, 오늘는 내가 준거 보다 더 많이 받았어" 하며 좋아한다. 이날은 '빼빼로 데이'라고 하며 나도 모르게 익숙한 연례행사로 자리 매김 했다. 1994년 부산의 한 여중생이 숫자 1이 네번 겹치는 11월 11일에 친구에게 "우리 키크고 날씬하게 예뻐지자"며 빼빼로를 선물했다. 이렇게 시작한 빼빼로를 선물하는 행사가 해를 거듭할수록 확산되어 빼빼로 데이가 탄생했다. 1996년 롯데제과 홍보 담당자는 지방신문을 통해 빼빼로 데이가 있음을 알게 되었고, 이를 대대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하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퍼져 나갔다. 빼빼로 데이는 빼빼로라는 과자 모양이 숫자'1'을 연상시킨 소비자의 경험을 통해서 스토리로 탄생되었다.
특정일을 기념하는 '데이마케팅'은 발렌타인 데이, 화이트 데이, 짜장면 데이 등 많이 있다. 고객들이 상품을 소비하기 보다는 이미지와 감성, 이벤트를 즐기기 때문에 데이 마케팅이 성공할 수 있다. 우리 가족도 매년 스키데이를 정해서 다같이 스키를 타러 간다. 가족끼리 특정한 이벤트 일에 반복적인 행사를 하면 기다려지고 집안의 행사가 된다. 사회 전체로 분위기가 확산되는 '데이 이벤트'는 지치고 힘든 일상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또한 이벤트로 인해서 공감대가 형성되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발산된다. 빼빼로 데이는 하이틴 소녀들의 예쁘고 날씬함을 추구하자는 이야기에서 출발해 이제는 연인간의 사랑의 선물 교환일로까지 확대되어 왔다. 빼빼로 데이는 고객주도형 스토리텔링 마케팅의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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