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에 스토리를 입히자 - 하

1991년 가을 일본 아이모리현에 엄청난 태풍이 몰려 왔다. 아이모리현은 사과 농사가 유명한 곳이다. 이때 불어 닥친 엄청난 태풍이 사과 농가에 큰 피해를 입혔다. 수학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때였는데 사과가 90% 이상 떨어졌다. 떨어진 사과는 당연히 상품으로서 팔 수가 없었다. 사과 농부들은 걱정과 시름에 빠졌다. 그 순간 한 농부가 이런 제안을 했다. "태풍에 떨어지지 않은 사과가 10% 있잖아요! 태풍에서 살아남은 사과들을 '합격 사과'라고 이름을 거로 판매를 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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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입시 시즌에 수험생들에게 합격을 기원하는 의미의 선물을 하는 풍습이 있다. 태풍이라는 크나큰 시련을 꿋꿋하게 이겨내고 떨어지지 않은 사과가 합격을 바라는 수험생들에게는 매우 값디고 의미있는 선물이 될 것이라는게 그의 생각이었다. 이렇게 합격사과의 판매는 입소문을 통해서 일반 사과보다 10배 이상의 가격인데도 불티나게 팔렸다. 그리고 그해 농부들은 태풍 피해가 없는 때보다도 더 많은 돈을 벌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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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사이에 태풍으로 거의 모든 사과가 땅에 떨어졌으니 농부들은 얼마나 참담했을까! 1년동안 애지중지 공들여 키운 사과가 태풍에 떨어지면 그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이 생기면 비관적으로 자살을 하거나 폐인이 되는 사례가 종종 보도되기도 한다. '합격'사과'라는 아이디어로 오히려 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농부의 기지가 돋보인다. 그냥 태풍에 떨어지지 않은 사과가 아니라, 태풍을 이겨낸 10%의 사과라고 했다. 역경을 이겨낸 사과는 시험을 앞둔 초조하고 불안한 수험생과 부모들에게 충분한 위안이 된 것이다. 태풍을 이겨낸 이야기를 입은 사과는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사과가 되었다. 그렇다고 맛이 더 좋거나 특별함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사과에 태풍이 들어갔을 뿐이다. 태풍이라는 역경을 이야기로 풀어서 사과에 담은 결과, 태풍을 오히려 기회로 잡을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스토리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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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탄이 빗발치던 2찬 세계대전 전쟁터에서 미군 중사가 총알을 맞는다. 총알을 맞은 공포와 충격에 중사는 쓰러졌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리고 총알이 관통했을 것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런 통증도 느껴지지 않았다. 자신의 가슴을 더듬던 중사의 손끝에 닿은 것은 자신이 늘 휴대하고 다디던 지포라이터였다. 지포라이터에는 총알 자국이 선명했다. 중사는 지포라이터가 자신의 생명을 구했다는 엄청난 사실을 알고 기뻐했다. 이 이야기는 미국의 시사 화보 잡지 라이프에 실려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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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지포라이터는 군용으로 자리잡고 병사들은 지포라이터를 불행을 막아주는 부적처럼 여기고 휴대하였다. 물론 전쟁터에서 총알이 꼭 지포라이터를 넣어둔 가슴부위로 날아온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중사의 전쟁터 이야기가 참전하는 군인들에게 위안이 되는 것이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전쟁터에서는 살아남기 위해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절실함이 생긴다. 이런 절박함이 중사의 이야기와 맞물려 너도나도 지포라이터를 휴대하게 되었다. 전쟁터에서 죽음을 모면한 우연한 스토리가 공감과 위로가 되었다. 이야기를 통해서 지포라이터는 구세주와 같은 의미가 되었다. 이런 스토리가 없었다면 지포라이터는 단지 담뱃불을 붙이는 정도로 쓰이다가 단종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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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이란 story + telling의 합성어로 화자가 어떤 줄거리를 생생하고 설득력 있게 말하는 것이다. 어린 시절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 모여들었던 것처럼, 스토리를 통해서 호기심을 자극하여 구매욕을 끌어낼 수 있다. 마케팅에서 스토리텔링이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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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이 SNS와 결합하여 다양한 컨텐츠들이 만들어졌다. 무조건적인 홍보보다는 홍보글에 스토리텔링을 입히면 고객들에게 쉽게 각인되고 입소문을 통해 삽시간에 널리 전파할 수 있다. 제품을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포장을 잘해야 한다. 화려한 포장지로 제품을 예쁘게 포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공감이 가는 스토리로 상품을 포장하면 감동받은 고객은 구매를 하고 입소문이 널리널리 퍼진다. 이게 바로 스토리의 힘이다. 이제 제품에 스토리를 입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