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짚라인을 타 본 적이 있는가? 나도 한번 타 봤는데 정말 재미있다. 팀 워크샵 가서 타기로 했었는데, 타기 직전까지도 망설여졌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터라 높이 올라가는 건 안 좋아한다. 거기다다 이쪽에서 저쪽 끝까지 외줄에 몸을 맡긴다는 게 여간 불안하지 않았다. 헬멧, 안정 장비를 착용하고 출발하려는 순간 정말 아찔했다. 출렁하는 소리와 함께 와이어에 도르래가 감기는 마찰음이 아득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세상에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었다. 얼굴을 감싸주는 바람과 발 아래로 보이는 풍경이 모든 불안과 무서움을 싹 날려버렸다. 이러한 경험은 고정관념을 한방에 날려버리고 기쁨을 안겨줬다. 시중의 제품들 중에도 겉으로 보이는 선입견과 다르게 고객을 흡족케 해주는 것이 많이있다. 그래서 경험이 중요하다.

도시에에서 애를 키우다 보니 자연을 느끼게 해줄 시간이 잘 없다. 아들이 초등학교 저학년이던 시절에는 해마다 봄이면 '딸기 체험'을 갓다. 큰 하우스에 가득히 딸기가 재배되고 있었다. 한 손에는 바구니를 들고 아들 손을 잡고 밭고랑을 따라 갔다. 잎사귀 사이로 빨간 딸기들이 늬읏늬읏 보이면 쪼르기로 앉아서 같이 하나씩 땄다. 고사리 같은 작은 손으로 딸기를 감싸고 따는 모습이 앙증맞았다.

"딸기를 잡으니 느낌이 어때?"

"까칠까칠해, 근데 아빠 딸기 냄새가 좋아"

"오늘 딸기 몇 개 딸 거니?"

"응, 이 만큼 딸거야. 초록색 딸기 따도 돼?"

"초록색은 덜 익은 딸기야. 딸기는 애기 때는 초록색이고 어른이 되면 빨간새이야. 애기 딸기는 덜 익어서 맛이 없대!"

"응, 알았어 아빠, 이거 하나 먹어도 돼?"

"그래, 빨간 것 따서 먹어봐!"

"와! 진짜 맛있다."

애가 어릴 때는 딸기를 사서 꼭지 따고 씻어서, 그것도 잘라서 줬다. 그러다 보니 아들은 딸기가 어떻게 재배되는지 알 리가 없었다. 그저 마트에서 돈만 주면 살 수 있는 물건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체험을 하면 딸기가 어떻게 심어지고 자라는지 알 수 있다. 흙은 넘여저서 옷에 묻으면 털어내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다.

딸기 체험으로 흙에서 씨앗이 싹터서 빨갛고 맛있는 딸기가 자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딸기뿐만 아니라 흙의 고마움과 소중함도 알게 되었다. 씻어서 반으로 자른 딸기를 포크로 찍어 먹을 때는 맛만 느낄 수 있었다. 농장에서 줄기에 달려 있는 딸기를 직접 손으로 잡고 따 볼 때는 감촉을 느낄 수 있었다. 체험을 통해서 딸기의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들을 어른이 되어서도 작은 손아귀에 잡았던 딸기의 감촉과 향기를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회사의 카드 상품은 각종 제휴카드 등을 합치면 수백 종이 된다. 이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각종 서비스도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러다 보니 고객들이 자기에게 딱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물론 홈페이지에 소개와 설명이 잘 되어 있지만 일일이 찾기에는 귀찮은 부분이 많ㄷ. TV광고나 각종 매체에 홍보하는 것도 시간과 공간상의 제약으로 세세하게 설명되지 못한다. 이러다 보니 고객의 소리에 내게 딱 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찾기가 어렵다는 문의가 많았다. 이를 어떡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거듭되는 회의에서 '퀴즈 골든벨'아이디어가 나왔다. 많은 상품과 서비스를 우리가 설명하기보다는 반대로 고객이 직접 공부하고 알게하는 것이었다. 상품개발팀 등 각 부서에서 운영하는 상품과 서비스에 대해 문제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취합된 문제들을 정선하여 문제은행을 만들었다. 홈페이지에 문제풀을 게시하고 1차 예선은 랜덤으로 주어지는 10개 이상의 문제를 풀게 했다. 1차 예선 상위자 중 50여명을 2차 본선에 선발했다. 인기있는 이벤트 대행사를 섭외했다. 많은 관심과 즐거움 속에서 2차 본선을 진행했다. 참여 상품의 효과도 있었지만 고객들의 공부 열기다 대단했다. 1등을 한 고객은

"이번에 골든벨을 준비하면서 롯데카드의 상품과 서비스의 다양함에 놀랐고, 내가 모르던 좋은 상품도 있어서 새로운 상품을 지금 이용하고 있다"

고 했다. 상품과 서비스를 출시하더라도 고객이 알지 못하면 금방 잊혀지게 된다.

"고객에게 정말 좋은 상품인데,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다"

는 광고카피같이 기업이 고객에게 제대로 전달하기가 어렵다. 우리가 돌파구를 찾은 것은 고객이 직접 상품과 서비스를 공부하고 이용하게 하자는 것이었다. 상품과 서비스에 관해 문제풀 뿐만 아니라 홈페이지 등을 샅샅이 뒤져서 공부한 흔적이 있던 고객도 많았다. 그러면서 새로 알게 된 상품과 서비스도 이용했단다. 또 SNS 등을 통해서 입소문이 퍼져 나가서 너도 나도 스스로 찾아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대부분 퀴즈로 경쟁을 하는 것은 좋아한다. 틀려도 그만, 맞추면 상금도 있으니 기쁨은 배가 된다. 한 문제 한 문제를 풀면서 알게되는 상품 서비스에 대해서 새로운 구매욕을 자극할 수도 있었다. 이처럼 직접 체험을 통해서 상품에 대한 이해로 관심의 증대와 매출의 증가를 불러올 수 있다.

[하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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