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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이 없어도, 공장이 없어도 물건을 팔 수 있다. 고 정주영 회장은 조선소를 건립하고 배를 만들겠다는 확실한 의지와 믿음이 있었다. 룽바툼 회장은 바로 그 마음을 알아보고 추천서를 써주고 해운업자 리바노스도 배 두 척을 주문 한 것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룽바툼 회장과 리바노스는 무모한 결정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사업가이자 경영자인 두 사람은 판매자인 정주영 회장의 진정성과 의지가 가득한 마음을 읽었다. 이렇게 고객에게 진정성 있는 마음을 먼저 보이면 물건을 쉽게 팔 수 있다. 고 정주영 회장의 진심이 전달됐기에 물건이 없어도 충분히 팔 수 있었던 것이다.

총무 업무를 할 때의 일이다. 고객 한분이 다짜고짜로 본사로 찾아와서 사장님을 며담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일단은 접견실로 안내하고 내 명함을 건낸 후 자초지종을 들었다. 모집인이 서비스가 있다고 해서 카드를 만들었는데, 카드를 받고 보니 그러한 혜택이 없다는 것이었다. 카드 회사에서 설계사들이 무리한 영업을 하다보면 종종 이러한 일이 발생한다. 그러면서 고객은 휴가까지 내면서 찾아왔단다.

"당신하고는 말하고 싶지 않다. 지금 당장 사장하고 면담하게 해줘라."

막무가내였다. 고객은 30대 초반의 남성으로 나보다 한참 어려 보였다.

"고객님의 심정,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 같아도 화가 나고 카드를 구겨 버렸을 겁니다."

그렴서 마주 앉은 손을 잡고

"고객님도 휴가늘 내고 오셨다니, 회사 사장님이 계시죠? 고객님의 사장님은 외부에서 찾아오면 쉽게 만나 주십니까? 사장님이면 얼마나 할일이 많은 분입니까! 그러지 마시고 이왕 오셨으니 뭔가 해결을 보셔야죠. 카드 혜탹은 드릴 수 없지만 다른 방법을 찾아보시죠'

라며 설득하니 좀 누그러졌다.

결론은 금전 보상인듯 했다. 하지만 큰소리를 떵떵 친 고객의 입으로 말하기는 부끄러웠을 것이다. 그래서 적정한 금액을 제시하니 흔쾌히 받아들였다. 일을 마무리하고 작별인사를 하며,

"카드 사용하시다가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바로 해결해 줄게요. 그리고 소주 한잔 생간나도 연락주세요"

이렇게 문제를 끝냈다.

 

고객이 민원을 제기하고 행패를 부린다고 등을 돌리면 안 된다. 고객도 똑같은 생활을 하는 사람이다. 고객의 민원은 우리의 상품 때문에 발생했다. 그 원인은 바로 우리한테 있다. 우리가 원인을 제고애 놓고 고객이 강하게 나온다는 그 자체만 문제 삼으면 안된다. 고객의 입장에서 무엇이 문제이고 어떤 보상을 원하는지 파악해서 빨리 해결해 줘야 한다. 나도 누군가의 고객이고 이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만약 내가 민원을 제기한다면 정말로 사장을 만나기 위한 것일까?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내 입장에서도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고 그것이 안될 때는 적절한 보상을 받으면 만족하고 돌아선다.

고객의 마음을 신속하게 해결해주면 그 고객은 충분히 충성고객이 될 수 있다. 즉, 고객의 마음을 헤아리면 이해해주고, 나도 진심으로 대화를 하면 고객은 마음의 문을 연다. 마음과 마음을은 같은 주파수에 맞추고 얘기하면 해결 못할 일은 없다. 민원을 제기하더라도 우리 상품을 구매해 준 고객이다. 우리에게 관심이 있는 고객이다. 또한 우리의 잘못으로 발생한 민원을 '민원인'이라고 선을 긋고 대하면, 해결될 일도 안된다.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내가 고객의 입장이었으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하면 쉽게 답이 나온다. 고객은 우리 상품의 문제로 화가 나고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찾아온 건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위로 받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러한 마음을 먼저 읽고 사과하며 따뜻한 위로를 전하면 고객은 감동을 받는다. 거기서 얻어지는 신뢰가 충성고객을 만든다.

빵 대신에 마음을 먼저 팔아야 한다. 빵만 팔던 시대는 지났다. 한때는 물건을 만들어 놓으면 금방 팔렸다. 정말로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있었다. 물건의 귀하던 공급 주족의 시대에는 맞는 말이다. 요즘은 흔한게 물건이다. 백화점, 마트, 슈퍼, 편의점 어디를 가더라도 같거나 비슷한 물건들이 지천으로 쌓였다. 고객은 어디서나 물건을 살 수 있다. 물건을 일회성으로 파는 것은 뜨내기고객에게 파는 것이다.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판매, 단골 고객을 만들기 위해서는 마음을 팔아야 한다. 기존에는 공급 독점이었다면 지금은 수요 독점의 시대이다.

이러한 수요독점의 시대에 내 물건을 먼저 팔기 위해서는 고객의 마음을 독점해야 한다. 고객의 마음을 얻어야만 고객이 물건을 살 수 있다. 고객의 마음을 얻으려면 먼저 내 마음을 열고 고객에게 다가가야 한다. 내 마음을 열고 고객에게 내 진심을 전할 때 비로소 고객의 마음이 열리고 고객이 물건을 산다. 그래서 빵보다 마음을 먼저 팔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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